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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log

시네스, 위대한 항해자의 마을

작년 여름, 포르투갈의 어느 작은 마을에 잠시 머물렀다.

처음 듣는 이름 '시네스'

푸른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윤식당2를 촬영한 스페인의 가라치코 마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마을을 거닐고 있으니 동네 주민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동양인 여행자는 거의 없어서 그런가 보다.

건물들이 일관된 양식으로 건축되어 통일감이 있고 아름답다.

거리가 이뻐서 구경하며 걷다 보니, 건물들이 대부분 오래되어 보인다.

옛 건물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껏 살아가고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유럽 거리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도 전쟁이 없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을 지금껏 유지할 수 있었을까.

마을의 높은 언덕 위에 성이 있어 올라가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여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15세기 말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한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의 고향이 이곳 시네스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해변의 이름도 '바스코 다 가마 해변'이다.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니 절로 바다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푸른 바다에 그 역시도 자연스레 이끌려 바다로 나아갔을 것이다.

성을 구경하고 내려오니 바로 옆에 큰 성당이 있었다.

구름 하나 없는 파란 하늘과 성당의 하얀색이 대비되어 티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여름날 걸어 다니니 금세 더위에 온 몸이 지친다.

점심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이미 '시에스타'였다.

'시에스타'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한낮 시간에 갖는 낮잠 시간이다.

레스토랑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열심히 트립 어드바이저를 뒤져 어찌어찌 문을 연 카페를 하나 찾아서

간단하게 맥주와 팬케이크, 샐러드를 주문하였다.

잠시 지친 몸을 달랬다.

저녁에는 나름 좋은 평가를 받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메뉴가 전부 스페인어였고, 종업원은 영어가 안된다.

충격..

종업원과 메뉴를 가지고 씨름하다 보니 사장이 무슨 일인가 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다행히 사장님은 영어를 할 수 있었고, 주문에 성공했다.

넉넉하게 파스타, 지중해식 생선요리, 감바스를 주문했고

거기에 적포도주 한 병을 곁들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사람들이 비어있던 자리를 하나 둘 채웠다.

그들의 저녁 시간은 단지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기는 시간이다.

나 역시도 현지인들처럼 일행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두어시간의 식사를 즐겼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보니 저녁 8시였다.

그러나, 해는 중천에 떠있다.

말로만 듣던 백야현상인가..

 

와인도 나름 술이라고 취기가 돌았다.

술김에 파란 해변에 몸을 담가보고 싶은 맘이 들었고, 실행에 옮겼다.

사진만 보면 한낮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짧지만,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

남부 유럽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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